그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


한 은퇴한 80대 교수가 후회 한다며 이런 말을 했다. 은퇴 후 얼마나 더 살지 몰라 그냥 놀았는데 내가 이렇게 오래살지 몰랐단다. 이렇게 오래 살지 알았다면 은퇴하고 나서 바로 뭔가를 배우고 했을 텐데라며 후회했다.

오래전에 인터넷에서 본 내용이다. 사실인지 허구인지 모른다. 다만 후회라는 거에 대해, 그때 알았다면 좋았을 거에 대해 생각해곤 한다.

고2 겨울방학 시작하기 전, 고3 형 누나들과의 대화가 있었다. 학생회 임원진? 과의 송별회 같은 거였다. 반에서 과자를 펼쳐놓고 졸업하는 고3 형 누나 회장 부회장 뭐 이런 분들과 대화를 했다.

형 누나들은 울먹이며 말했다. 후회된다고. 다시 고1로 간다면 이렇게 하겠다고..

내게 후회라는 단어가 각인된 날이다.

의사결정에 대한 공부를 할때, 결정을 하기 위한 좋은방법 중에 시간이 정해질때 결정하지 말고, 이 결정을 한 후에 나중에 후회할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게 있었다. 그 때 고2 겨울에 각인된 후회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지금도 중요한 의사결정할 때에는 나중에 후회할지를 생각한다.

내 나이 첫 자리가 바뀌기 전인 9자가 들어간 나이 때 마다, 나 보다 먼저 첫 자리가 바뀐 지인, 친척, 선배를 만나러 다녔었다. 그리고 물었다. 그 나이때는 어떤지, 후회하는게 뭔지, 다시 그 나이대로 처음 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은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뭐가 다르게 경험할 수도 있다. 물론 나이가 아니라 나와 다른 방향이나 분야에서 경험하는 사람도 내게 연장자와 같은 개념이다. 나와 다른 경험, 나 보다 먼저 경험의 의미이다.

누구나 사고사나 자살만 안 하고 숨만 쉬면 나이를 먹는다. 나이 먹은게 유세떨 일이 아니다.

난 20대 까지 쌈을 자주 했다. 시비가 붙었을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이 두 개가 있다. 욕과 반말이다. 욕하고 반말하면 시비가 시작된 이유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놈의 어른을 공경하라는 국가, 정부의 교육 때문이다. 경로 사상은 나이 먹은 자들이 지들 안위를 위해 만든 사상일 뿐다.

나이 먹은게 무슨 권한과 벼슬인 것 처럼 지하철과 버스에서 경로노약자석 내 놓으라고 반말하고 욕하는 사람을 공경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경로석이 아니라 경로노약자석이고 지켜야 하는 법도 아니다. 나도 늙어가고 내 부모도 늙었지만 한국에 경로석은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 공평한 좌석에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비켜주는 그런 자발적인게 도덕이지 법도 아닌데 글자좀 써 있다고 권리처럼 행사하는 건 아니다. 나이는 더 어린 사람보다 다 낫다거나 권리가 아니다.

사람은 시간의 지평에서 태어나서 죽는 방향으로 나이를 먹는다. 그러면서 경험을 하고 생각을 하고 관계를 맺고 살아가다 죽는다.

그 시간의 지평에서, 또는 내가 걸어왔던 다른 분야에서 걸어갈 때, 그 때 내가 알았다면 , 아니 깨달았다면 방향이나 길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자식에게 남길 수 있는 유산은 돈 보다 내 경험과 지식과 깨달음이라 생각했었다. 남길 돈도 없지만 수백억이 아니라면 돈은 있다가도 없다가도 한다. 머리에 든 지식과 깨달음은 누가 훔쳐가지 못한다. 유전자나 집안 내력상 비슷한게 있을 수 있다. 자식이나 친척을 오랫동안 보면서 뭐가 필요한지 잘 안다. 거기에 부모나 친척으로서 유전자에 써 있는지 주고 싶고 줘야만 한다.

나는 타임머신이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미래에서 온 사람이 없으니깐. 된다고 해도 나는 다시 학창시절, 청년 시절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군대를 또 가는 일도 싫지만 그냥 또 이렇게 저렇게 사는게 싫다. 어느길로 가도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그래도 가끔 경험을 통해 배운 지식과 깨달음을 학창시절, 청년 시절의 자식이나 친척, 가까운 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십몇 년 부터 그런 준비를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전해주지 못했다.

다시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일단 난 돌아가기 싫다. 그러나 그 나이의 누군가에 해줄 말은 누구나 한 마디씩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에게도 말로 알려주면 아무 소용이 없고 오히려 꼰대소리 듣는다.

유시민이 알뜰신잡1에서 관광지의 표지판의 한국어 표현에 대해서 지적질을 하는데, 그때 유희열이 그런다. 자녀분에게도 가르쳐주냐고. 그러자 유시민이 그런다. 왜 그런걸 하냐, 부모자식간에 의 상할일 있냐 이런식으로 얘기했다. 맞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20주년 책이 나왔다고 밀레의 서재에서 읽었다. 여전히 실체 없는 내용이라 읽는 시간이 아까웠지만 딱 하나 공감이 가는게 하나 있다. 학력이 높은 가난한 자기 아빠는 말로 가르쳤고, 학력은 나쁘지만 친구 아빠인 부자 아빠는 경험을 시켜서 깨우치게 했다는 거다.

어떤 이의 아들이 자동차를 사달라고했다. 대학등록금을 준비해돈 몇 만달러를 자식에게 주고 돈을 불려서 자동차를 사라고 했다. 주식투자해서 돈을 다 잃었다. 아들은 투자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아버지는 자식이 자동차가 아니라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고 좋아했다. 돈이 좀 있으면 이렇게 해서라도 본인이 깨우치는게 중요한 것 같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싫지만 , 그 때 알면 좋았을 것 같은 것들이 있다. 아니, 깨우쳤으면 좋았을 것들이다. 아는 것과 깨우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 같지만 엄청난 차이이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 사회초년생, 직장 생활…

그러나 얘기해줄 사람이 없다.

나 보다 더 경험이 많거나, 다른 경험을 했거나, 육체적으로 나이를 더 먹은 사람에게 듣고 싶기는 하다. 그러나 더 물으려 다니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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