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성 vs. 사용자경험

동네에 생태다리가 생기고 나서 주말에는 아이들이랑 관악산에 가곤 한다.

관악산은 악(岳)자가 들어간 산인 만큼  몇군데 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곳들이 있다.

처음에는 줄이 있는지 모르고 목숨 걸고 절벽(?)을 기어서 올라갔었다. 올라서 보니 옆에 줄이 있었다 ^^

사람들이 줄을 잡고 올라가고 내려갈때에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영차, 영차~” 해주고, “힘내세요~” 라고 해주고,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기다려주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올라갈때면 “아이들이 잘도 올라가네” 하고 칭찬도 해주면 아이들은 더힘내서 잘올라간다. 2008년에 쓴  칭찬의 힘은 이곳 줄을 잡고 올라가는 곳에서 본 것이다.

미국에서 하이킹을 했을때에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아는 사람처럼 “하이~” 하고 인사를 해서 당혹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길에서 처음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웃으며 인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산에 가면 좀 다르다.  “힘내세요” 라고 하거나 박수를 쳐주는 등 이런 힘든 곳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이지만 서로 격려를 해준다.

(사진출처 )

날씨도 풀리고 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아침 운동겸 가볍게 관악산에 갔다왔다.

아침 운동겸 가는 것이지지만 오랫만에 산에 올라가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런데 줄을 잡고 올라가던 사당쪽 국기봉 올라가는 길에 계단이 생겼다.  아래 사진은 계단이 생긴 후 사진이다.

줄을 잡고 기어서 올라가지 않고 건물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듯이 계단을 올라가니 편했다.

올라가기 쉽게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전망대도 생겼다.

그러나…

이렇게 편하자고 산에 온것은 아니다.  정상에 오르는 것 만이 목표가 아니라 산에 오르는 과정에서 재미가 있으니 말이다.  물론 위험하기는 하다.

여기 뿐만 아니라 그 다음 봉오리에도 계단이 생겼다.

사당쪽 첫번째 국기봉 능선에서 가는 다른쪽 봉오리를 찍은 사진이다

왼쪽은 계단이 있기 전에 줄을 잡고 올라가던 때이고, 오른쪽은 계단이 생긴 후의 사진이다.

사실 여기는 줄잡고 올라가기는 하지만 아이들도 잘 올라가는 그다지 힘들지 않은 코스였다.

관악산에 설치된 첫번째 계단은 괜찮아 보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도 줄을 잡고 잘 올라가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조금 위험한 곳이기도 하니깐 말이다. 오히려  두 번째 사진의 등산은 그냥 오르는 것 보다  계단으로 오르는 것이 더 힘든 것 같다. 당연히 산에 오르는 재미는 확 떨어지고 말이다.

사용성 vs. 사용자 경험

이 두 가지 개념을 굳이 구별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용성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고 만족스러운 정도로, 태스크에 집중되어 있고, 사용자경험은 지각적인 경험을 통한 주관적인 의미를 더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산을 오르기 위해서 계단을 설치한 것은 사용성의 향상에 해당하고,

오르기는 힘들지만 바위틈을 잡거나 누군가 설치해 놓은 줄을 잡고 오르거나, 아님 위에서 손을 잡고 아래서 받혀주면서  산에 오르는 그런 경험은 사용자 경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 까지 하면 재미가 없다. 결론을 내기 어렵지만 고민의 가지를 더 쳐본다.

사용자 경험과 사용성을 구별하기 위해서 사용성은 태스크에 집중되었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는 효과를 어떤 목적을 달성하느냐의 여부에서 그 목적이 실용적인 것에만 국한된 것으로 보기 때문인데, 나는 유희적인 부분도 효과의 범위에 포함시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가 위에서 든 등산의 예의 사용자 경험도 넓은 의미의 사용성의 개념에 포함된다.

다만 사용자경험은 개인 마다의 주관적인 경험과 이를 통한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이 특징인데, 이것은 여전히 사용성이란 개념이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용성과 사용자 경험의 차이라는 글에서 HCI 의 역사적 관점에서 볼때 사용자 경험은 사용성의 다른 말이라고 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말이다. 사용성도 역사적인 관점에서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에 대한 노력이고, 사용자경험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사용자 경험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과 감성적인 차이를 통한 기억과 의미를 부여 하는 부분은 보다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이것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도 있다는 가치를 지니기도 하고, 기업에 대한 사용자의 모든 접접으로의 범위를 확대해야 하기도 하다.

문제는 사용자 경험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떠들게 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용자 경험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용성이란 용어의 한계에서 사용자 경험이란 용어는 사용자 중심의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에게 그 범위를 넓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제품이나 서비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의 차이를 고려하고,  게다가 고객이 접점하는 모든 부분을 설계하고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것들까지 고려가 되어야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사용하기 쉽고 사용하고 싶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억속에 의미적인 자리를 찾지해주면서  경쟁력을 갖고 새로운 사업 기획를 가져다줄 수도 있을 것이니 해법은 점차 찾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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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은 엑셀이 아니라 게임에 가깝다는 이야기군요. 관악산에 생긴 계단은 매크로 설치하고 와우를 하는 느낌과 비슷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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