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이사

이사를 하려면 친구들과 가족들을 불렀었다.  상부상조였다. 친구가 이사할때 이삿짐을 나르고, 내가 이사할때 친구들이 나를 도와줬다.

내가 최근에 이사했을 때에는 가족들이 열명 넘게  와서 친구들을 부를 필요가 없었다. 그 전에 이사했을때는 친구들이 다 와서 했었다.  내 친구중 한명은 냉장고를 혼자 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고, 트럭이 있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가 머리를 써야 했던 것은 장농을  빼고 넣는 것이었다. 늘 여기서 옥신각신 내말이 맞다 네말이 맞다 하곤 했다. 친구들이 가구에 상처를 내도 너 죽을래! 한마디 밖에 못했다. 그리고 짜장면과 짬뽕과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처제 이사하는데 갔다 왔다. 포장이사였다.

포장이사

이사나갈때에는 무엇은 가져가고 무엇은 안가져가는지  알려주고, 이사들어오는 집에 열쇠를 넘겨주는게 다였다. 아 또 있다. 사돈과 같이번호열쇠를 뗀게 다다. 할일이 없었다.

이사들어가는 집에 가서는 어디에 무엇을 놓을지면 얘기해주면 되었다. 분해해서 가져온 장농도 다시 조립해주었고, 세탁기나 텔레비전과 오디오도  사용하던 대로 설치를 해주었다. 동서도 책이 많았는데 원래 있던 위치에 책을 꽂아 주었다. 놀라웠다. 심지어 액자걸 위치를 결정하면 못도 박아주고, 각종 배선도 다 해주고, 접시도 다 정리해주었다.

새삼 깨달았다.

포장이사는 정말 지금 시대에 딱 맞는 비지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에서 모내기나 가을할때 품앗이 하듯이 했던 이사는 지금 처럼 사람들을 수고스럽게 하기 힘들어지고 육체적으로 고생하기 싫어하는 것을 해결해준다.

그리고 또 하나, 돈이 해준다.

이사는 정말 힘드는 일인데, 이게 돈으로 된다. 사람한테 의존하던 것이 돈이 해결해주었다.

동서와 처제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힘들게 안할려고 없는 살림에 포장이사를 택했다고는 하지만 어쨋든 돈이 해결해주었다. 물론 이사후에도 가족들이 와서 이틀동안 정리를 하고 있다. 이사하는 날에도 이사 당사자 말고 처제네 시댁식구와 우리까지 합해서 예일곱명이나 왔지만  메인 이벤트인 이사에는 정말 할일이 없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기만 했다.

포장이사는 품앗이가 사라진 세태를 잘 반영한 비지니스인 것 같다.  게다가 돈이면 되는 세상임을 다시 깨닫게 했다.  이사하고 나서 몇일 동안 근육통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긴 했지만 좀 씁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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