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를 전공하셨다고요?

요즘도 직장을 다니다가 HCI 를 공부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고, 직장 경험없이 대학교를 마치고 바로 석사 과정이나 박사 과정에서 HCI를 공부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왜 내가 ‘요즘도’ 라는 표현을 썼을까? HCI 에 대한 회의가 들어서일까?
문득, 직장에서는 HCI 전공한 석사나 박사를 어디에 쓸까? 학교에서는 HCI 전공하는 석사나 박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바로는 HCI 전공한 석사나 박사를 기업에서는 상품기획이나 인터렉션 디자인, 유저 리서치 쪽에 쓰고 있다. 아마도 내 통밥엔 인터렉션 디자인이 제일 많을 것이다. 전산쪽에서 접근한 경우에는 인터렉션 기술 개발 정도일 것이다.

HCI 는 기업에서 자리를 확고히 잡은 것이 아니라 잡아가고 있는 상태이므로, HCI를 전공한 사람이 전공을 살려서 명확히 어떤 일을 할 것인지는 내가 언급한 정도 밖에 안될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HCI 에 대해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하다.

아직 학부과정이 없으므로 대학원에서는 그냥 연구를 할 수 있는 스킬을 가르치고, 머리를 깨우치는 것을 가르칠까?
그래서 HCI 전공자라고 해서 어떤 회사에 뽑히고, 일은 그 회사에 가서 배워서 하는 것일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아마도 기초 체력정도 가르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다른 분야와 HCI 가 다른 것은, 아직 그리 학문적으로 정립이 잘 되어 있거나 그래서 기업에서도 명확히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학문이라고 해 봤자 올해가 24주년일 뿐이다.

기업은 아직 HCI 전공자를 데려다가 쓸 데가 그리 명확하지 않다. 이는 곧 신규 인력을 교육시킬 만한 조직적인 토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몇몇 뛰어난 기업들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좋은 인력을 뽑기 위해서 난리다. CHI 에 가면 야후!, 구글, 마이크르소프트, 인피니티, 이베이 등 HCI 인력을 뽑으려고 난리다.

내가 이리 횡설수설 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기업에서 아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학교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HCI 분야에 대해서 학교에서는 기업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가르쳐줬으면 하는 것이다.

HCI 를 전공하셨다구요?
그럼 상품기획 이나 인터렉션 디자인, 유저 리서치에 대해서 아세요?

아님 고상한 연구 논문만 쓰셨어요?
공부한 머리만 믿고 한 2년 정도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배울라구요?
우린 그리 가르쳐 줄만한 것이 없는데…

HCI 가 UI 디자인이라구요? 사용성 테스트? 쩝

대학이 미래를 고민하는 연구를 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만약 대학이 연구이외에 산업의 역군을 배출하는 역할을 조금이라도 하는 곳이라면 실무를 할 수 있는 기술 정도는 가르쳐서 보내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지금은 HCI 전공자라고 해 봤자, 학부 4년 동안 전산이나 심리학 같은거 공부하고, 대학원 2년 동안 HCI 연구실에 있었거나, 아님 HCI 수업 몇개 들었거나, 석사, 박사 과정에서 HCI 라고 붙여서 논문 쓴 것이 다일 것이다.

HCI 를 전공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회사에서 HCI 관련 명함을 갖길 원한다면
학교에서 최소한 UI 를 설계할 줄 아는 기초 개념과 지식을 배우거나, 실험실 연구나 필드 리서치를 할 수 있는 실험심리학이나 통계, 인터뷰에 대해서는 좀 배워왔으면 좋겠다. 웬만한 회사가 아니고서는 작은 회사에서는 가르쳐 줄 만한 사람이 없다. 근데 사실은 우리나라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HCI 공부 했다면서 상품 기획은 고사하고, 인터렉션 디자인도 못하고, 심지어 그 흔한 사용성 테스트도 못하면, 회사에서는 사용자 가치와 경험이 중요하다고 해서 HCI 전공자를 뽑았는데, 어떻게 유저 익스피리언슨지 뭔지를 하느냐 말이다.

물론, 전산과 나왔다고 회사에서 바로 어떤 프로젝트에 투입시켜서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프로그래밍언어나 C를 공부한 사람한테 파이썬이나 자바를 가르쳐서 일을 하게 할 수는 있다.

학교에서 HCI에 대해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현장 능력은 아니더라고 기초 체력은 배우고 있는 것일까?

내 바램은 실무를 할 수 있는 기초 체력 정도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프레임웍화 하는 것이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이런거 말고도 HCI 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커리큘럼을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HCI 가 이것저것 공부 많이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기본이라는 것은 있지 않을까 싶다.

학교에서 안 만들어서 보내주면 모두 기업의 부담이 된다. 기업도 교육를 시키지 못하고 그래서 그 역할이 조직내에 포지셔닝 못하면 일자리도 없다.

웹 기획하다가, 시각 디자인 하다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하다가 HCI 에 뭐가 있을 것 같아서 공부 좀 할라고 하는데 .. 하면서 대학원 문을 두들거리는 사람, 디자인, 산업공학, 컴퓨터과에서 HCI 가 좀 뜬다길래 이걸로 논문이나 기업 프로젝트 좀 해서 아카데믹 인더스트리를 두드리는 사람. .

학문적으로 24년 밖에 안된 HCI 는 산업이던지 아카데믹 인스트리이던지, 포지셔닝 못하면 학부 전공 찾아 갈 수 밖에 없다.

아니라고? 아니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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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 어떤 학문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컴퓨터과도 사실 C/C++을 배우라고 있는 곳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제대로 수업과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대부분의 기업에선 잘 쓰이지 않을 것들을 주로 연구하죠 ^^;; 그런 부분은 결국 개인이 알아서 공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4년내내 C/C++을 가르치는 컴퓨터과… 이건 그냥 컴퓨터 학원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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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biho

    달삼님/ 달살님 말대로 배운 거랑 밥 먹고 살기위한 거랑 차이가 있는 것에는 동의 합니다.

    그런데, 전산과에서 포트란, 코볼 가르치다가 파스칼로 바꾸다가 C 가르치더니 자바 가르치는 것은 대학생에게 교양 갖추라고만 가르치는 것일까요? 혹시 학부과정을 사회에서 필요한 것을 배우는 곳으로 생각해서 그런것은 아닐까요?

    HCI는 아직 학부 과정이 없으므로 아마도 박사 정도의 트레이닝을 받아야 전산과 4년 나오고, 컴퓨터 학원가서 배우고 나서의 정도 일을 하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만약 그것도 사회에서 쓰는 것은 과외를 받아야 한다면 박사 트레이닝을 수십년 받아도 안되겠네요^^.

    어디 까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학교에 있는 사람이라면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대학원에서 연구 능력만 배우고, 컨텐츠는 사회에 나가서 배워야 한다면 기업의 부담은 너무나 클 것 같습니다.

    혹히 HCI 학원이 있으면 장사가 좀 될까요?

  • dobiho/ ㅋㅋ HCI학원 있으면 장사 잘 될 것 같은데요? 한 6개월 과정으로 사용성 테스트, 유저 리서치, 인터렉션 디자인 등등… 실무적인 내용으로만 잘 꾸며준다면… 과목별로 짧게 짧게도 만들고요… 기업체 위탁만해도 꽤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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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ristopher D. Russell

    못배운 사람의 전형적인 열등감이네요.. 한국에서는 필드에 경력 있다는 분이 아카데미를 그런 시각으로 보고 있으니 아직도 양으로 논문 인용수 때려박아서 만족 할 수 밖에 없는거겠지요. 안타깝습니다. 밑에 분 말대로, 이런 분들은 그냥 학원 차려서 쓰시는게 어떨까요. 프로그래밍도 전공자 뽑을꺼 있나요? 종로 학원가에서 자격증 준비하는 친구들 쓰면 되죠. 코딩 잘 합니다 그친구들. 법률 전문가도 신림 가서 고시 준비하는 친구들 중에 뽑으세요. 현직 변호사보다 더 줄줄 외우고 있습니다, 경영학도 뭐할러 해외파까지 찾습니까? 전문대학교에도 경영학과 다 있습니다. 2년 동안 실무만 바짝 배워서 나와요. 의대는 왜 6년이나 할까요. 그냥 학원에서 째고 꼬메는 봉합 수술 짧게 한 6개월 과정으로만 빨리 하면 의료비용도 저렴해질텐데.. 수술별로 짧게 짧게 실무적인 내용으로 잘 꾸며서 만들어놓으면 되겠네요. 정치학과는 왜 필요합니까. 현실정치랑은 전혀 무관한데 차라리 대통령도 대통령 과정 학원 차려서 수료생들 순서대로 후보로 쓰죠. 한국에서 HCI에 대해서, UX에 대해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명함에 하나같이 UX 라는 단어가 박혀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 Yoo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에서 김진우 교수님께 HCI 를 배우고 있는 학부생입니다. 혹시 10년이 지난 지금 이 글에 대해 다시 써주실 수 있는지(아니면 댓글로라도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무례한 부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제가 HCI를 공부시작한 1996년에 비해, 10년후 2005년, 그리고 또 10년이 지난 2016년… ㅎㅎ 조금 변한 것같네요.

      이 글은 HCI전공(컴퓨터 쪽 말고 심리학이나 디자인, 인간공학, 인지과학쪽으로) 석사, 박사를 한참 뽑아서 일할때 쓴 것인데요, 작년 SIGCHI 2015에 가서도 느꼈지만, 컴퓨터나 전자공학쪽으로도 많이 간 것 같네요.

      HCI가 워낙 여러 학문에서 접근하지만, 여전히 학부가 없으니, 결국은 자기 학부 전공에서 HCI 로의 세부 전공 트랜드는 20년이 지났어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이라, 김진우교수님 같은 교수님들에게 여쭤봐야 좀더 정확한 답일 것 같습니다)

      교수들은 여전히 자기 학부 전공으로 들어와서 HCI 관련 연구를 하는데요, 어찌 보면 그냥 HCI는 하나의 학부 보다는 각자의 분야에서 세부 전공 정도로 가는 틀이 잡힌 것 같네요.

      HCI의 연구트랜드나 움직임 보다는, 학부생이니 앞으로 직장을 가신다면 HCI의 어떤 분야로 가실지, 대학원에 이쪽 전공하고 싶다면 어떤 연구분야가 있을지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만약 김진우 교수님한테 대학원 질문 하고 싶으시면 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답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질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 해령드럼

    리서치 사용성 테스트, 유저 리서치, 인터렉션 디자인 등등… 실무적인 내용으로만 잘 꾸며준 학원이 진정한 HCI일까하는 생각이….
    방법론은 도구일 뿐 사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쓰는 도구는
    아이폰으로 병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듯합니다.(개인적인 의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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