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설계의 디자인 패턴

이사를 할 집에 가서 집 주인과 계약을 했다. 집 주인은 거기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 집을 만들어서 파는 사람이엇다. 집 주인한테 그 집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빌라를 지어 파는 사람인데, 매우 꼼꼼한 사람이었다. 유명 아파트들을 벤치마킹하고 스스로 연구를 했다. 무엇을 하냐고? 바로 거주자들 한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래서 거주자의 입장에서 불편한 것이 없도록 설계를 하는 것이었다.

욕실에 있는 작은것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내가 왜 욕실 천장을 이렇게 했냐면, 어쩌고 저쩌고….그냥 욕실 만들어도 되는데, 사람들이 살면서 불편하지않기 위해서 안써도 되는 돈을 200만원 넘게 더 썼다는 것이다. 문도 보통 톱밥으로 만든 문에 나무 무늬의 필림을 붙이는데, 그거 몸에 안좋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되면 필름이 벗겨진다. 나중에 싫은 소리 안듣고, 거주자의 건강을 위해서 비싸지만 나무로 했다.

창문 밖에 세콤같은 보안업체의 설치를 위해서 미리 선을 빼 놓았는데, 그 선을 밖에 하지 말고 창문안에 하라고 했다. 도둑은 선이 밖에 있어도 그것을 끊고 들어온다고 한다. 왜냐하면 경비업체가 출동해도 15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 안에 도둑질을 하고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못들어오게 하면 더 선을 끊고 들어오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해결책은 경비업체 표지를 창문 밖에 붙이지만, 선은 밖에 두지 않고, 창문 사이에 둬서 선을 보이지 않게 하라고 경비업체에 얘기하라고 했다. 선이 안보이면 도둑이 선이 밖에 있는 것 보다 더 불안해 할 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창문을 세겹을 둔 이유룰 설명했다. 여러겹 두면 도둑이 들어올때 심적인 부담감을 느껴서 더 쉬운 집을 찾을 거라는 것이다. 보통 창을 두개 하는데, 자기는 세개를 하느라고 돈을 더 들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등도 설명해 준다. 어쩌고 저쩌고… 집을 여러채 지으면서 이런 것들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문득, 디자인 패턴을 만든 알렉산더가 생각났다. 그래서 내가 그 건축업자에게 문제를 냈다. "부모와 아이들이 사는 가정이 있는데, 부모는 아이들과 다른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부모는 언제든지 아이들 한테 가서 보살필 수 있도록 집을 설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은 알렉산더가 만든 디자인 패턴중 하나이다 70년대에 만들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것이 거주자들의 공통된 이슈였나보다. 이 문제를 몇 사람들한테 내 보았지만 실제 건축 설계자 한테 내 본적은 없었다. 그 사람은 답을 못했다.사실 답을 들으면 누구나 안다고 생각한다. 답은 "부모의 방과 아이의 방을 만들고, 그 두 방을 가까이 두는 것이다" 이 문제는 졸업 논문 심사할 때 심사위원들 한테도 낸 문제였다. 아무도 못 맞추었다. 그런데 답을 들으시고는 허탈해 하셨다.

그 건축업자는 내 답을 들으면서 비웃지 않고, 심각하게 들었다. 미국 영화를 보면 1층에는 부모가 살고, 2층에는 아이들이 사는 것을 본다. 이도 비슷한 해결책일 것이다. 답을 들으면 다 아는 것이지만 70년대 당시에는 이슈가 되었던 모양이고, 건축 설계자 마다 고민을 한 모양이다. 요즘은 다 그렇게 하는 것이거나, 들으면 미루어 짐작해서 그럴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답을 못하면서도 답을 못낸 것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비웃는 것을 본다. 그런데 이 건축업자는 요즘 사람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조금이나 하는 것을 보았다. 이 건축업자는 집을 지으면서 점점 더 사람들한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그것들을 늘려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 건축하는 사람들은 이것들을 다시 다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 건축업자는 건축학을 대학에서 배운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관찰과 경험을 통해서 그렇게 한 것 같았다. 도시건축 분야에서는 알렉산더가 만든 디자인 패턴과 디자인 패턴의 재사용을 그 건축업자의 설명을 통해서 다시 느끼게 되었다.

건축업자는 집을 지어가면서 점점 사는 사람이 편리하도록 설계를 하게 되는데, 집을 사러온 사람은 자기의 노력과 비용에 대해서 안 알아 준다고 했다. 물론, 집을 파는 사람이니 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은 집값만 보고 사는데 어떤 점이 편리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안본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집이 얼마나 사는데 편리하게 지어졌는지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부각하면 좋을텐데 잘 안되는 모양이다.

나는 거실의 그 많은 등과 스위치가 일치하지 않아서 등을 설명하면서 그 등을 설계한 집 주인도 헷갈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노만의 매핑에 대한 그 흔한 이슈가 다시 생각이 났다 (다시 그 집에 가면 사진을 찍어서 올리도록 해야 겠다). 그리고 에어콘용이라고 사람 눈 높이에 있는 전기 콘센트와 여기저기 콘센트가 보기 싫게 있는 것을 보았다. 벽에 돼지코가 보이게 하는 것 보다는 벽지와 같은 디자인으로 뚜겅을 달아서 필요할 때만 플러그를 꼽게하면 좋을 거라고 애기했는데, 그 건축업자는 손가락을 원모양으로만들고, 돈이 든다고 했다. 사실, 등 하나 하나에 몇 만원씩 들이면서도 몇 천원 안들것 같은데, 혹시 생각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또 한가지 버튼이 여러 모드로 작동하는 경비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삼성에서 만든 것이고 익숙해 지면 잘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한 가지 버튼이 여러 모드로 동작하고, 게다가 시간에 따라서 한 버튼이 다르게 동작하는 것을 보면서 아무래도 나나 현준 엄마가 사용하기는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 문제도 분명 많은 사람들이 겪는 것일 것 같은데, 왜 해결된 것을 잘 볼 수가 없는지 모르겠다.

사는 집도 사람들이 사는데 유용하고 편리하게 해야 하는 점들이 많이 보였다. 사람들이 살면서 매번 겪는 문제를 아직도 해결안하고 있는 것이 더 있을 것 같았다. 아파트나 빌라 사는 사람에 대해 에쓰노그래픽 리서치를 하면 사람들이 사는데 더 편리하게 집을 설계하는 방법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건축 분야에 대해서는 내가 잘 모르므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에 한국HCI연구회 회원이 내가 인터렉션 디자인 패턴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논문을 쓴 사람이라고 하면서 비행기를 태웠다. 그리고는 인터렉션 디자인 패턴에 대한 자기 석사 학위 논문을 리뷰해 달라고 해서 저녁에 얘기를 나눴었다. 그래서 이사할 집을 보면서 건축학의 디자인 패턴을 생각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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