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취소 vs. 취소-확인

사용자와 시스템은 다이어로그 창을 통해서 대화를 하게 된다.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피드백 형태로 상태를 알리기도 하고, 사용자가 어떤 액션을 했을때 필요한 경우에 사용자에게 의사결정을 받기 위해서 물어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문서편집 프로그램을 켜서 문서를 작성하다가 저장하지 않은채로 닫으려고 할때, 친철한(?) 시스템은 물어본다.

“야~ 너 이거 저장안했는데 닫을라고?  (다 지워져도 돼?)”  (내가(시스템) 친절하게 물어볼 수는 있지만 내 맘대로 못하거든, 네가 결정해줘)

“그냥 저장 버튼 누른거 취소하고 계속 작성할래, 아니면 저장 하고 종료할래, 아니면 저장안하고 종료할래?”  (네가 결정해라, 난(시스템) 네가 시킨대로 할라니.. 나중에 안물어봤다고 뭐라고 하지 말고)

물어보는 질문 내용을 어떻게 할지도 중요한데(내가 98년인가에 만든  한국HCI연구회는, 사실은  96년인가 97년인가에  대화창의 질문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답을 찾던 사람이 인터넷에서 나를 발견하고 같이 공부하자고 해서 둘이 모였다가, 이런 니즈의 사람들과 같이 하기 위해서 발전한 것이다^^ )

여기서는 다이어로그 창에 확인, 취소를 받을때 확인-취소로 해야 할지 취소-확인으로 해야 할지를 논의해 본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운영체제에서 플랫폼마다 2가지 서로 반대되는 것을 취하고 있다.

  • [확인]-[취소]: 마이크로소프트, KDE for Linux
  • [취소]-[확인]: 애플, GNOME

(윈도우즈의 다이어로그는 확인-취소 순서)

(맥의 다이어로그는 취소-확인 순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각각의 운영체제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에 버튼의 순서를 정하고 따르라고 했지만, 왜 그런지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출처: Apple Human Interface Guideline

이 버튼의 순서에 대해서 몇가지 추측들을 정리해 보았다.

1. 확인,취소: 언어에서 긍정적인 것이 먼저 오기 때문

[확인]-[취소] 순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언어의 순서를 따른 것이라고 제이콥 닐슨을 비롯한 몇명의 블로거들이 주장한다.

여기에 좀 더 나아가면 긍정이 문저 오기 때문이다. 나도  20년 넘게 다이어로그의 버튼은  [확인]-[취소] 순서라고 믿어 왔다. 언어에서 읽고 쓸때 보통은 긍정, 부정의 순서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밥 먹었니, 안먹었니?”

“살았니, 죽었니?”

게다가 우리나라와 같이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가 대다수를 차지한 상황 속에서만 살아와서 그런지 MS 가 하던 식이 산업표준이니 이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동굴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 말이다.


2 취소,확인: (1)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방향의 개념

제이콥 닐슨과 몇몇 블로거들은 이전/다음과 같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측면에서 보면, 취소 다음에 확인이 온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보통 페이지 네비게이션을 표시할때 왼쪽을 이전, 오른쪽을 다음으로 표시하는데 이것도 같은 메타포이다.

확인하는 액션 버튼이 오른쪽에 있는 이유를 책은 넘기는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서양에서는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가고, 책 페이지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게 되어 있어서 흐름의 방향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고 보는 것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니, 가게 하는 명령을 오른쪽에 두게 된다.

웹 브라우저의 방문한 페이지를 네비게이션 하는 메타포도 이와 같고,

<- : 이전 페이지

-> : 다음 페이지

위저드 라고 부르는 순차적인 프로세스를 UI로 표현할때에도  [이전] [다음] 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도 같은 메타포이다.

2  취소,확인: (2)긍정적인 것은 오른쪽

취소/확인이 오른쪽으로 가는 방향성 말고, 다른 해석으로 부정적인 것은 왼쪽, 긍정적인 것은 오른쪽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른쪽은 영어로 ‘Right’ 인데, 이건 ‘맞다’ 라는 의미가 있다. 컴퓨터 시스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초창기에 디자인할 때에는 이 메타포를 썼을 수도 있다.  (왼손잡이는 틀린 사람이 되나?)

해당 플랫폼의 가이드를 따라라

어떤 것이 맞냐고?

애플의 취소/확인과 MS의 확인/취소는 각각의 플랫폼 속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이해되고 사용되어 오고 있으니 맞다/틀리다가 아니라 언어처럼 그렇게 통용되고 있는 정도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진실을 찾는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언어처럼 어느정도 사회적 관습이나 합의 정도로 접근해본다.

1980년에 Lakeoff 는 메타포에 대한 논문에서 오래된 메타포라고 해서 죽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예로  왼쪽은 부정, 오른쪽은 긍정의 메타포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언어적으로 보면 긍정이 먼저 오지만 말이다.

어쩌면 애플은 오래된 서양의 메타포를 차용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고, MS는 애플보다 뒤에 인터페이스를 만들면서 오래된 관습을 버리고 언어적 긍정을 먼저 쓰는 것으로 결정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것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만약 이게 힘들다면 그 만큼 학습에 대한 비용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내놓아도 사람들은 기존에 알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내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동굴 속에서 살때에는 무조건 확인/취소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굴 밖에 나와 다른 동굴(애플)로 들어갔을때, 처음에는 헷갈렸지만 나름 적응을 했다.

“애플에서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을 하려면?  가장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된다”

여기에서 “오른쪽은 맞다” 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니깐” 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위치로 기억했을 뿐이다. 이러면서 다이어로그의 문장을 세심하게 읽어보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하려는 것을 하려면 “오른쪽” 버튼을 누른다는 나름대로의 컨셉모형을 갖게 되었다.

마치 처음에 낯선 길을 갈때에는 이것 저것 의미적으로 조심해서 보지만, 자주 가는 길은 그냥 위치로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오히려 이게 더 익숙해져 있어, 윈도우즈를 사용할때에는 다이어로그를 메시지를 유심히 읽으면서 버튼을 찾아 선택하곤 한다.


어떤 것이 맞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통해, 실제로 인터렉션을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만들고 있는 운영체제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람들은 거기에 익숙해져 있으니 말이다. 더 좋은 것이 있다면 습관을 바꿀 만큼의 편익이나 가치가 있어야 하지만, 이경우에는 잘 모르겠다.

윈도우즈와 맥의 다이어로그 버튼의 순서는 다르지만, 사실 MS와 애플도 어느 것이 맞다고 하지 않고, 해당 플랫폼의 기준을 따른다.

예를 들어 MS 가 만든 맥용 오피스의 다이어로그는 확인/취소가 아니라 취소/확인이다.

(MS가 만든 맥용 오피스 다이어로그)

이와 마찬가지로 애플이 만든 윈도우용 아이튠즈와 사파리, 퀵플레이어 다이어로그는 취소/확인이 아니라 확인/취소이다.

(애플이 만든  윈도우용 아이튠즈 다이어로그)

즉, 해당 플랫폼의 사용 방식에 익숙해진 사용자를 위해서 그 플랫폼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확인/취소와  취소/확인 중 어떤 순서가 사용자에게 더 맞을까에서 시작한 고민인데, 찾다보니  HCI 의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의 메타포에 대한 얘기를 다시 살펴보게 되었고, 아직도 그렇게 사용되는데 별 문제가 없다면 언어적인 특성과 비슷해서  그 플랫폼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MS  윈도우즈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런 질문 자체도 생각해보지 못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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